열흘 사이 AI는 두 번 방향을 바꿨고, 이번엔 금리가 끼어들었다
AI 속도조절론으로 내렸다가 가속론과 메타 뮤즈로 다시 오른 미국 반도체주가 9월 23일에는 10년물 금리 5.10%에 밀렸다. 추석 휴장 뒤 28일 재개장하는 한국 증시와 삼성전자 배당 일정을 정리했다.
9월 둘째 주부터 미국 반도체주는 AI 이야기 하나로 오르내렸다. 처음에는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말에 내렸고, 이어 "수요는 줄지 않는다"는 반박과 메타의 새 AI 앱에 다시 올랐다. 그런데 9월 23일(현지) 미국 증시를 끌어내린 것은 AI가 아니라 금리와 유가였다. 한국 증시는 추석으로 24일부터 쉬고 28일(월)에 다시 열린다.
속도조절론: 하루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6% 가까이
발단은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9월 12일 낸 글 "We Must Pace the Frontier"였다. 최첨단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제안에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가 동조하자, 시장은 이를 "AI 설비투자가 회사들의 가이던스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았다. CNN에 따르면 14일 엔비디아는 3.4%,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가까이 내렸다. 7월 초 이후 가장 나쁜 하루였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는 각각 6% 빠졌다(24/7 Wall St.).
가속론: 반박은 말이 아니라 숫자로 왔다
되돌림은 빨랐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경영진이 컴퓨팅 수요가 꺾이지 않았다고 밝혔고, 브로드컴은 2027회계연도 AI 매출 전망 1,150억 달러와 2028회계연도 2,300억 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TradingKey).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는 이번 논란을 "소음"이라 부르며 AI 설비투자가 2030년까지 3조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봤다(Benzinga). 속도조절론이 "투자가 줄 것"이라는 추정이었다면, 반박은 공급 계약과 매출 가이던스라는 숫자였다. 시장이 어느 쪽을 믿었는지는 주가가 보여줬다.
메타 뮤즈: 앱스토어 1위와 반도체 랠리
여기에 메타의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가 얹혔다. 이메일 발송, 여행 예약, 결제까지 대신하는 앱으로, 출시 닷새 만에 iOS 설치 약 75만 건을 기록하며 미국 아이폰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Benzinga). 21일(월) 메타는 10.7% 올랐다. 같은 날 인텔 12%, AMD 약 10%가 오르면서 AMD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었고, 나스닥은 2.3% 올라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Yahoo Finance).
시장은 "에이전트가 스스로 일을 처리하려면 GPU뿐 아니라 CPU 연산도 많이 든다"는 논리로 CPU 업체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같은 주에 엔비디아·브로드컴의 수요 발언과 TSMC 8월 매출 발표가 겹쳤기 때문에, 이 상승 가운데 뮤즈 몫이 얼마인지 가려낼 방법은 없다.
9월 23일: 10년물 5.10%, 2007년 이후 최고
AI 이야기가 한창일 때 23일 미국 증시는 다른 이유로 내렸다. AP 마감 기사에 따르면 S&P500은 0.8% 내린 7,706.03, 다우는 0.7% 내린 51,511.59, 나스닥은 1.1% 내린 26,936.04로 마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4.96%에서 5.10%로 올랐고 장중 5.14% 가까이 닿았다. 2007년 이후 처음 보는 수준이다. 미국 기업활동 예비지표가 5년여 만에 가장 강하게 나왔고, 브렌트유 11월물은 3.9% 올라 배럴당 103.08달러가 됐다. 경기가 뜨겁고 기름값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걱정되고, 금리를 내릴 여지가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나스닥이 가장 많이 내린 것은 자연스럽다. 먼 미래 이익을 앞당겨 값을 매기는 성장주일수록 할인율인 금리에 민감하다.
한국은 사흘 치를 한꺼번에 받는다
한국 증시는 23일 장을 마친 뒤 추석 연휴로 쉬었다. 28일 재개장하면 미국의 23·24·25일 세 거래일 움직임을 한 번에 반영한다. 23일 하락은 이미 정해졌고, 나머지 이틀은 아직 모른다.
같은 날 삼성전자 배당 일정도 걸려 있다. 3분기 배당기준일은 9월 30일(수)이고, 결제에 이틀이 걸리므로 28일(월)까지 사야 배당을 받는다. 배당락일은 29일(화)이다. 증권가는 주당 배당금을 4,500~4,650원 안팎으로 추정한다(서울경제TV). 확정 금액이 아니라 추정치다. 배당락일에는 이론상 배당금만큼 주가가 낮아진 채 출발하니, 29일 주가를 볼 때는 그 몫을 빼고 봐야 한다.
글쓴이의 판단
열흘 동안 AI 수요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수요 쪽 숫자가 이겼다고 본다. 속도조절론은 아직 아무 회사의 발주도 줄이지 못했다. 반면 10년물 5%는 숫자 그 자체다. 28일 재개장에서 한국 반도체주를 움직일 변수는 뮤즈나 속도 논쟁보다 미국 금리가 5%대에 머무느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