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는 누가 쓰나: 지금은 데이터센터, 다음은 차와 로봇
마이크론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의 63%가 데이터센터에서 나왔다. 스마트폰 출하는 올해 16.7% 줄 전망이다. 대당 D램 200GB를 싣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가 다음 수요처로 꼽히지만, 2030년 출하 대수로 곱해 보면 아직 스마트폰 수요의 1% 남짓이다.
매출의 63%가 데이터센터에서 나왔다
마이크론이 9월 30일 발표한 2026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은 메모리가 어디로 팔리는지 사업부별로 보여 준다. 매출 542억 달러 중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부가 163억 달러, 코어 데이터센터 사업부가 180억 달러였다. 둘을 합치면 63.2%다(실적 발표).
| 사업부 | 매출 | 비중 | 전년 대비 |
|---|---|---|---|
| 클라우드 메모리 | 162.8억 달러 | 30.0% | +259% |
| 코어 데이터센터 | 180.0억 달러 | 33.2% | +1,042% |
| 모바일·클라이언트 | 131.1억 달러 | 24.2% | +249% |
| 차량·임베디드 | 68.2억 달러 | 12.6% | +376% |
매출 기준 비중이라 가격 효과가 섞여 있다. 그래도 낸드에서도 방향은 같다. 데이터센터 SSD 매출이 100억 달러에 가까워져 낸드 매출의 3분의 2를 넘었다. 마이크론은 AI 추론 중에 생기는 중간 데이터(KV 캐시)를 SSD로 내려 두는 수요를 이유로 들었다(발표문). TrendForce는 올해 기업용 SSD 비트 수요가 전년보다 80% 넘게 늘 것으로 봤다(TrendForce).
삼성전자 설명도 같다.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PC 수요가 일부 둔화됐지만 "서버 D램과 SSD, HBM의 추가 수요 증가 속도가 이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고 했다(머니투데이). 메모리사업부 김태우 부사장은 9월 29일 "AI가 HBM 이외의 메모리 수요까지 크게 늘릴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한국경제TV). 학습용 HBM에서 출발한 수요가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일반 서버 D램과 낸드까지 번졌다는 뜻이다.
스마트폰과 PC는 덜 사고 비싸게 산다
IDC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가 16.7% 줄어 10억 대를 조금 넘을 것으로 본다. 집계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평균 판매가는 27.6% 오른 581달러, D램·낸드 원가는 전년보다 300% 넘게 올랐다(IDC). 마이크론도 PC와 스마트폰 대수가 모두 두 자릿수 줄 수 있다고 보면서, 시장 매출은 고급 기종 덕에 늘 것으로 예상했다.
출하 감소를 메모리값 하나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IDC는 앞선 전망에서 미국·이란 전쟁도 원인으로 함께 꼽았고, 두 요인이 각각 얼마씩 깎았는지 가려낼 방법은 없다. 숫자에 드러나는 것은 소비자 기기가 지금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는 쪽이 아니라 오른 값을 받아들이는 쪽에 서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 한 대에 200GB
마이크론은 이번 발표문에서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의 메모리 탑재량이 대개 200GB를 넘고 저장장치는 수 TB에 이른다고 적었다. 지금의 레벨2+·3 차량보다 10배 넘게 많다. 3월에 산자이 메로트라 CEO가 말한 300GB 이상(TrendForce)에서 반년 만에 내려 잡은 숫자다.
국내 두 회사도 제품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2024년,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차량용 LPDDR5X로 기능안전 최고 등급인 ASIL-D 인증을 받았다. 차량용 메모리 시장이 올해 200억 달러에서 2035년 705억 달러로 연 15%씩 클 것이라는 글로벌마켓인사이츠의 추정도 있다(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 차량·임베디드 매출은 전 분기보다 47% 늘었다. 회사는 가격 상승과 출하 증가를 함께 이유로 들었고, 그중 자율주행 몫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로봇은 대수가 아직 작다
마이크론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메모리를 실을 것으로 본다. 메로트라 CEO는 이를 "평균적인 L2+ 차량의 10배"라고 표현했고, 이번 십 년 후반부터 수십 년짜리 메모리 수요 사이클이 시작된다고 했다.
걸리는 것은 대수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를 약 1만 3천 대로 집계했고, 중국 출하가 올해 5만 대, 2030년 44만 6천 대로 늘 것으로 본다(The Next Web). 2030년 중국 물량에 대당 200GB를 곱하면 약 8,900만GB다. 스마트폰 한 대 평균 탑재량을 8GB로만 잡아도(글쓴이 가정) 10억 대면 80억GB이니, 로봇 몫은 그 1% 남짓이다.
다음 수요처는 차와 로봇이라고 본다
지금 메모리 수요를 정하는 곳은 데이터센터다. 마이크론은 서버 대수가 올해와 내년 모두 10%대 후반 늘 것으로 본다. 그다음 수요처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라고 본다. 한 대에 싣는 양이 이미 지금 차의 10배를 넘고, 남은 변수는 대수 하나다. 2030년 대수로는 스마트폰 수요의 1% 남짓이지만, 대당 탑재량이 이만큼 크면 대수가 조금만 늘어도 더해지는 비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