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값은 왜 크게 오르내리는가
메모리 반도체 해설 · 규격품과 긴 건설 기간이 만드는 주기
메모리 회사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크게 달라집니다. 어느 해에는 회사 역사상 가장 많이 벌고 그다음 해에는 적자를 냅니다. 회사가 그사이에 나빠진 것이 아니라 파는 물건의 성질과 공장을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런 모양을 만듭니다.
1. 규격품이라 값이 수급으로 정해진다
메모리는 규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같은 규격의 제품이면 어느 회사 것이든 바꿔 끼울 수 있고, 사는 쪽은 대개 값과 물량으로 고릅니다. 브랜드로 값을 더 받기 어려운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물건의 값은 그때 시장에 나와 있는 양과 필요한 양의 차이로 정해집니다. 조금 모자라면 값은 크게 오르고, 조금 남으면 크게 내립니다. 사는 쪽도 파는 쪽도 물건을 쟁여 두었다가 나중에 풀 수 있어서, 그 눈치 싸움이 움직임을 한 번 더 키웁니다.
2. 공급은 조금씩이 아니라 한 덩어리씩 온다
값이 오르면 만드는 쪽은 더 만들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메모리를 더 만들려면 공장을 지어야 하고, 그 공장은 수조 원이 들며 땅을 파기 시작해 물건이 나오기까지 몇 해가 걸립니다. 장비를 주문해 받는 데만도 시간이 듭니다.
그래서 공급은 수요를 따라 조금씩 늘지 않습니다. 어느 시점에 한 덩어리가 통째로 들어옵니다. 그 덩어리가 완성될 무렵이면 값이 올랐던 이유(모자랐던 상황)는 이미 지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는 공급 과잉이고, 값은 반대 방향으로 크게 움직입니다.
3. 값이 내려도 공장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겹칩니다. 메모리 공장은 비용의 대부분이 이미 지출한 몫입니다. 건물과 장비에 들어간 돈은 물건을 만들든 안 만들든 회수해야 하고, 공정을 세웠다가 다시 올리는 데에도 손실이 큽니다.
그래서 값이 원가 아래로 내려가도 공장은 한동안 계속 돕니다. 파는 값이 재료비보다 높기만 하면 세우는 쪽이 더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남는 물건이 계속 나오니 값은 더 내려가고, 회사들이 실제로 생산을 줄이는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내려갈 때 오래 내려가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거꾸로 생산을 줄인 상태에서 수요가 돌아오면 이번에는 물건이 빠르게 모자랍니다. 공장을 다시 채우는 데도 시간이 걸리니까요. 이렇게 모자람과 남음이 번갈아 오는 것을 두고 사이클이라 부릅니다.
4. 수요도 한꺼번에 몰린다
수요 쪽도 고르지 않습니다. 메모리를 사 가는 곳은 PC·스마트폰·서버처럼 저마다 교체 주기가 있는 제품들이고, 그 주기가 겹치면 수요가 한 번에 커집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계산에 쓰이는 장비가 그 목록에 더해졌습니다 — 이 수요의 성질은 HBM을 따로 부르는 이유에서 다룹니다.
여러 수요처가 동시에 재고를 쌓거나 동시에 줄이면, 실제로 쓰이는 양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주문은 크게 출렁입니다. 만드는 쪽에서 보면 시장이 실제보다 더 크게 변한 것처럼 보입니다.
5. 값을 재는 자가 둘이다
메모리 값을 이야기할 때 흔히 두 가지가 나옵니다. 하나는 기업 사이에 미리 정해 거래하는 값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 그때그때 소량으로 거래되는 값입니다. 뒤엣것이 먼저 움직이고 앞엣것이 뒤따라 가는 편이라, 방향을 먼저 보려고 뒤엣것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소량 거래는 양이 적어 잡음도 큽니다. 이 사이트는 이런 값을 화면에 두지 않습니다 — 출처마다 값이 다르고 갱신 주기도 제각각이라, 근거를 정확히 밝히지 못할 값을 싣지 않기로 했습니다. 화면의 모든 값이 어디서 오는지는 산출 방법에 적어 두었습니다.
6. 주가는 실적과 같은 시점에 움직이지 않는다
메모리 회사의 실적이 가장 좋은 분기와 주가가 가장 높은 시점은 대개 어긋납니다. 시장은 지금의 이익보다 다음 국면을 먼저 반영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실적이 좋아지는 중인데 주가가 먼저 내려가거나, 적자인데 주가가 먼저 오르는 일이 이 업종에서 드물지 않은 것은 그래서입니다.
이 사이트는 그 시점을 판정하지 않습니다. 사이클의 어디쯤인지, 지금 값이 비싼지 싼지는 여기서 다루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서가 하려는 것은 왜 이 업종의 숫자가 그렇게 크게 움직이는가를 설명하는 것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