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회사는 개수가 아니라 용량을 판다
메모리 반도체 해설 · 출하량을 세는 단위와 그것이 곧 공급인 이유
메모리 회사가 “얼마나 팔았는가”를 말할 때 세는 것은 칩의 개수가 아니라 담을 수 있는 용량의 총합입니다. 이 단위를 쓰기 시작하면 이 업종의 이상한 성질 하나가 설명됩니다 — 아무도 공장을 새로 짓지 않은 해에도 공급은 늘어나 있습니다.
1. 개수로 세면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떤 회사가 지난해와 올해 똑같이 칩 1억 개를 팔았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올해 판 칩은 한 개가 담는 용량이 지난해의 두 배입니다. 개수로는 그대로지만, 시장에 풀린 저장 공간은 두 배가 되었습니다. 사는 쪽이 필요로 하는 것은 칩 개수가 아니라 담을 공간이므로, 이 회사는 사실상 두 배를 판 것입니다.
그래서 메모리의 출하량은 용량으로 셉니다. 용량의 최소 단위가 비트라서 흔히 비트 단위 출하량이라고 부르고, 그것이 전년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를 비트 그로스라고 합니다. 회사의 발표 자료에도 시장을 세는 통계에도 이 단위가 쓰입니다.
2. 회사가 가만히 있어도 이 숫자는 늘어난다
여기서 이 업종의 성질이 나옵니다. 메모리 회사는 같은 넓이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용량을 뽑아내는 일을 해마다 합니다. D램은 회로를 더 좁게 그려서, 낸드는 셀을 더 높이 쌓아서 그렇게 합니다. 두 방향이 어떻게 갈렸는지는 D램과 낸드는 무엇이 다른가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공장을 새로 짓지 않고도 일어나는 공급 증가라는 점입니다. 웨이퍼를 지난해와 똑같은 장수만 투입해도, 거기서 나오는 용량은 더 많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원가를 낮추는 일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공급이 는 것입니다.
그래서 메모리 값은 가만히 두면 내려가는 쪽이 기본입니다. 같은 용량의 값이 해가 갈수록 싸지는 것은 누가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데 드는 값 자체가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웨이퍼 한 장에서 개당 원가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웨이퍼 한 장이 메모리가 되기까지에 있습니다.
3. 그래서 감산은 생산 중단만을 뜻하지 않는다
업황이 나빠지면 공급을 줄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비트로 세면 “줄인다”에 여러 가지가 들어갑니다.
라인을 세워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손익 구조 때문에 쉽게 선택되지 않습니다 (메모리 회사의 이익은 왜 그렇게 크게 뒤집히는가의 네 번째 절). 그래서 실제로는 다른 형태가 함께 쓰입니다 — 새 공장을 짓는 계획을 미루거나, 용량을 늘리는 다음 세대 전환을 늦추는 것입니다.
앞의 것은 지금의 공급을 줄이고 뒤의 것은 앞으로 늘어날 몫을 줄입니다. 뒤쪽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비트로 세면 분명한 감산입니다. 업계에서 설비 투자 계획이 실제 생산량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웨이퍼를 HBM처럼 손이 더 많이 가는 제품에 쓰면, 그만큼 일반 D램으로 나갈 비트가 줄어듭니다. 회사는 생산을 줄이지 않았는데 시장에 풀리는 비트는 줄어드는 경우입니다.
4. 수요도 같은 자로 잰다
사는 쪽도 비트로 셉니다. 스마트폰이 몇 대 팔렸는지가 아니라 한 대에 얼마나 들어가는가를 함께 봐야 수요가 나옵니다. 판매 대수가 제자리여도 한 대에 들어가는 용량이 늘면 수요는 늘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값의 방향은 두 성장률의 차이로 이야기됩니다 — 공급 쪽 비트가 더 빨리 늘면 값이 내려가고, 수요 쪽이 더 빨리 늘면 올라갑니다. 어느 쪽이 앞서고 있는지는 이 사이트가 판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업종의 뉴스가 왜 늘 “몇 % 늘었다”는 형태로 나오는지는 이것으로 설명됩니다.
수요가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수요처마다 늘어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는 별도의 이야기입니다. 값이 정해지는 구조 전체는 메모리 값은 왜 크게 오르내리는가에 있습니다.
5. 이 단위가 화면에 없는 이유
이 사이트는 비트 출하량을 싣지 않습니다. 그 숫자는 회사가 분기마다 발표하거나 조사기관이 파는 것이고, 이 서비스가 다루는 것은 거래소에서 오는 값입니다. 화면의 숫자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산출 방법에 적어 두었습니다.
그래도 이 단위를 알아 두면 업황 이야기의 절반이 읽힙니다. 값이 내렸다는 소식과 많이 팔았다는 소식이 같은 분기에 함께 나오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두 축을 따로 말하고 있는 것이고, 그 둘이 곱해져 매출이 되는 구조는 메모리 회사의 이익은 왜 그렇게 크게 뒤집히는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