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낸드는 무엇이 다른가
메모리 반도체 해설 · 전원을 끊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메모리 반도체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실제로 값이 오르내리는 것은 성질이 다른 두 물건입니다. D램은 전원이 끊기면 담고 있던 내용이 사라지고,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없어도 그대로 남습니다. 이 한 가지 차이에서 나머지가 전부 갈라집니다.
1. 전원을 끊으면 어떻게 되는가
D램의 저장 단위는 아주 작은 축전기입니다. 전하가 차 있으면 1, 비어 있으면 0으로 읽습니다. 그런데 이 축전기는 가만히 두어도 전하가 조금씩 새어 나갑니다. 그래서 D램은 내용을 유지하려고 같은 값을 계속 다시 써 넣습니다. 이 되쓰기를 리프레시라 하고, 이름 앞의 D(Dynamic)가 가리키는 것이 바로 그 동작입니다. 전원이 끊기면 되쓸 수 없으니 내용은 그 자리에서 사라집니다.
낸드플래시는 전자를 얇은 절연층 안에 가둡니다. 갇힌 전자는 전원이 없어도 빠져나오지 못하므로 내용이 남습니다. 대신 가두고 빼내는 일에 힘이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절연층이 조금씩 상합니다. 낸드에 수명이라는 개념이 있는 이유입니다 — 같은 자리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할 수 있는 횟수에 한계가 있습니다.
2. 그래서 컴퓨터 안의 자리가 다르다
D램은 빠릅니다. 읽고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나노초 단위라, 연산 장치가 지금 당장 쓰는 데이터를 올려 두는 작업대 역할을 합니다. 대신 전원이 끊기면 비므로 무엇을 오래 보관하지는 못합니다.
낸드는 느립니다. 빠른 제품이라도 D램과는 자릿수가 다르고, 쓰는 단위와 지우는 단위가 서로 달라서 (작은 묶음으로 쓰고 큰 묶음으로 지웁니다)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듭니다. 대신 전원과 무관하게 남고 같은 면적에 훨씬 많이 담을 수 있어 창고 역할을 합니다. 컴퓨터를 켤 때 저장장치에서 메모리로 무언가를 옮기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 둘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물건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저장장치가 커진다고 메모리를 덜 사도 되는 것이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닙니다. 메모리 회사의 실적을 볼 때 D램 사업과 낸드 사업을 따로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두 시장은 같은 해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3. 더 담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같은 넓이에 더 많이 담아야 값이 싸집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두 물건에서 다르게 갈렸습니다.
D램은 가로로 줄이는 길을 갔습니다. 회로 선폭을 좁혀 한 장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이 나오게 합니다. 문제는 축전기입니다 — 작아질수록 담을 수 있는 전하가 줄어드는데, 전하가 적으면 읽기가 어렵고 더 자주 되써야 합니다. 그래서 D램의 미세화는 어느 지점부터 눈에 띄게 더뎌졌고, 세대를 나누는 이름도 숫자 대신 알파벳을 붙이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낸드는 위로 쌓는 길을 갔습니다. 평면에서 좁히는 대신 셀을 수직으로 여러 층 올리고 구멍을 뚫어 연결합니다. 층수를 늘리면 넓이를 그대로 두고 용량이 늘어나므로, 낸드의 세대는 흔히 몇 단을 쌓았는가로 이야기됩니다. 대신 층이 높아질수록 위아래가 고르게 만들어지기 어려워지고 구멍을 곧게 뚫는 일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4. 한 칸에 몇 비트를 담는가
낸드에는 D램에 없는 선택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한 칸에 전자를 얼마나 넣었는지를 여러 단계로 나눠 읽으면, 같은 칸에 두 비트, 세 비트, 네 비트를 담을 수 있습니다. 각각 MLC·TLC·QLC라 부르고 한 비트만 담는 것을 SLC라 합니다.
한 칸에 더 담으면 같은 웨이퍼에서 나오는 용량이 늘어 값이 내려갑니다. 대신 단계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읽고 쓰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쓰고 지울 수 있는 횟수도 줄어듭니다. 싼 저장장치와 오래가는 저장장치가 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같은 용량인데 값이 두 배 차이 나는 제품들이 있다면 대개 이 선택이 다릅니다.
5. 값이 정해지는 방식도 다르다
두 물건 모두 규격품입니다. 규격이 같으면 어느 회사가 만들었든 바꿔 쓸 수 있고, 그래서 값은 품질보다 수급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같은 물건을 만드는 회사가 몇이나 되는가가 다릅니다.
D램을 대량으로 만드는 회사는 손에 꼽습니다. 공정이 어렵고 새로 들어오려면 큰 투자가 필요해서, 오랫동안 참여사가 늘기보다 줄어 왔습니다. 낸드는 그보다 참여사가 많습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처럼 두 제품을 함께 만드는 회사 외에 키옥시아·샌디스크처럼 낸드에 집중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중국 업체들도 들어와 있습니다.
참여사가 적으면 한 회사의 결정이 시장 전체에 크게 반영됩니다. 감산 소식 하나에 D램 값의 방향이 바뀌는 일이 낸드보다 잦은 것은 그 때문입니다. 값이 정해지는 구조 자체는 메모리 값은 왜 크게 오르내리는가에서 따로 다룹니다.
6. 이 구분은 화면 어디에 나오는가
종목 목록의 분류 칸이 회사마다 어느 쪽을 만드는지 적어 둡니다. D램과 낸드를 함께 만드는 회사도 있고 한쪽에 집중하는 회사도 있으며, 칩을 사 와서 모듈로 만들어 파는 회사도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는 메모리 반도체는 누가 만드는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