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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D램인데 이름이 여러 개인 이유

메모리 반도체 해설 · 쓰이는 자리가 규격을 가른다

DDR5, LPDDR5, GDDR7, HBM3E — 이름이 여럿이라 서로 다른 물건처럼 보이지만 전부 D램입니다. 전원이 끊기면 내용이 사라지는 같은 원리의 메모리이고, 갈라진 것은 어디에 꽂히느냐입니다. 그 자리마다 중요한 것이 달라서 규격이 따로 만들어졌습니다.

1. 규격을 정하는 곳이 따로 있다

메모리는 만드는 회사가 마음대로 모양과 신호 방식을 정하지 않습니다. 여러 회사와 기기 제조사가 참여하는 표준화 단체(JEDEC)가 규격을 정하고, 만드는 쪽도 쓰는 쪽도 그 규격에 맞춥니다.

이 절차가 있어야 규격품이 됩니다. 규격이 같으면 어느 회사의 칩을 꽂아도 동작하고, 그래서 사는 쪽은 값과 물량만 보고 고를 수 있습니다. 이 업종의 값이 품질이 아니라 수급으로 정해지는 구조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 자세한 것은 메모리 값은 왜 크게 오르내리는가에 있습니다.

규격에는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뿐 아니라 물리적인 모양도 들어갑니다. 그래서 같은 D램이라도 서버·PC용은 기판에 꽂는 막대 모양 모듈로 나가고, 스마트폰용은 기기 기판에 직접 붙는 형태로 나갑니다. 칩을 사서 모듈로 만들어 파는 회사가 따로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메모리 반도체는 누가 만드는가).

2. DDR — 서버와 PC에 꽂히는 갈래

가장 널리 쓰이는 갈래입니다. 이름의 DDR은 신호가 오르내릴 때 양쪽 모두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을 가리킵니다(Double Data Rate). 한 번의 주기에 한 번만 주고받던 방식보다 같은 속도로 두 배를 옮길 수 있어 이 방식이 표준이 되었고, 이후로는 세대를 숫자로 이어 부릅니다 — DDR3, DDR4, DDR5 순입니다.

세대가 오르면 같은 시간에 옮기는 양이 늘고 같은 양을 옮기는 데 드는 전력이 줄어듭니다. 대신 세대가 다르면 서로 꽂히지 않습니다. 메인보드가 지원하는 세대가 정해져 있어서, 새 세대가 나와도 시장 전체가 옮겨 가는 데에는 몇 해가 걸립니다.

3. LPDDR — 배터리로 도는 기기의 갈래

스마트폰과 노트북처럼 배터리로 도는 기기에서는 성능만큼이나 전력이 중요합니다. 앞에 붙은 LP가 그 뜻입니다(Low Power). 쓰지 않는 부분의 전원을 잘게 끊고, 동작 전압을 낮추고, 대기 상태에서 소모를 줄이는 장치들이 규격에 들어가 있습니다.

모양도 다릅니다. 꽂았다 뺐다 하는 모듈이 아니라 기기 기판에 붙여 버리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스마트폰의 메모리를 나중에 늘릴 수 없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최근에는 노트북과 서버 쪽에서도 이 갈래를 쓰려는 시도가 있어, DDR과 LPDDR의 경계는 예전만큼 뚜렷하지 않습니다.

4. GDDR — 그래픽에서 갈라져 나온 갈래

화면을 그리는 일은 같은 데이터를 조금씩 바꿔 가며 아주 많이 옮기는 작업입니다. 계산의 복잡함보다 옮기는 양이 문제라서, 그래픽 장치에 붙는 메모리는 일찍부터 다른 길을 갔습니다. 앞의 G가 그 뜻입니다.

GDDR은 한 칩이 내는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대신 전력을 많이 쓰고 발열이 큽니다. 콘센트에 꽂혀 있고 냉각 장치가 달린 기기라면 감당할 수 있는 대가입니다.

5. 그 계보 위의 HBM

GDDR이 “한 칩을 빠르게”로 갔다면, HBM은 “통로를 넓게”로 간 갈래입니다. D램을 여러 장 위로 쌓고 층을 관통하는 전극으로 이어, 한 번에 오가는 데이터의 폭 자체를 크게 넓혔습니다.

그래서 HBM은 새로운 종류의 메모리가 아니라 D램의 한 갈래입니다. 다만 만드는 방법과 파는 방식이 다른 갈래들과 크게 달라서 따로 다룹니다 — HBM을 따로 부르는 이유에 있습니다.

6. 세대가 바뀌면 공급이 흔들린다

갈래와 세대가 여럿이라는 사실은 값에도 영향을 줍니다. 메모리 회사가 가진 생산능력은 정해져 있고, 어느 갈래를 얼마나 만들지는 같은 웨이퍼를 나눠 쓰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쪽 수요가 몰리면 다른 쪽으로 나갈 몫이 줄어듭니다.

세대 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세대로 옮기는 동안에는 두 세대를 함께 만들어야 하고, 옮기는 시점을 늦추면 늘어날 공급이 그만큼 미뤄집니다. 그것이 왜 감산의 한 형태로 세어지는지는 메모리 회사는 개수가 아니라 용량을 판다에 적어 두었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낱말의 뜻만 빠르게 확인하려면 용어 사전이 짧고, 두 종류의 메모리가 애초에 어떻게 갈리는지는 D램과 낸드는 무엇이 다른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