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한 장이 메모리가 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해설 · 몇 개가 살아 나오느냐가 값을 정한다
메모리는 하나씩 만들지 않습니다. 둥근 판 한 장에 같은 것을 수백 개 한꺼번에 새기고, 다 만든 뒤에 잘라 냅니다. 이 만드는 방식이 이 업종의 원가 구조를 거의 다 설명합니다 — 핵심은 그중 몇 개가 쓸 만하게 나오느냐입니다.
1. 웨이퍼 한 장에 같은 것을 수백 개
출발점은 웨이퍼라 부르는 둥근 실리콘 판입니다. 이 한 장 위에 같은 회로를 격자로 반복해 새깁니다. 하나하나가 나중에 칩이 될 자리이고, 이 단계에서는 다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첫 번째 셈이 나옵니다. 웨이퍼 한 장을 처리하는 데 드는 값은 그 위에 다이가 몇 개 있든 거의 같습니다. 그러니 다이 하나를 작게 만들수록 한 장에서 나오는 개수가 늘고, 개당 값은 내려갑니다. 회로를 더 좁게 그리려는 이유가 성능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습니다. 그 방향이 D램과 낸드에서 어떻게 갈렸는지는 D램과 낸드는 무엇이 다른가에 있습니다.
2. 앞공정 — 쌓고, 그리고, 깎는다
회로는 한 번에 새겨지지 않습니다. 얇은 막을 올리고, 그 위에 빛으로 무늬를 그리고, 무늬대로 깎아 내고, 필요한 자리에 다른 물질을 심습니다. 이 네 가지를 조합한 묶음을 수백 번 반복해 층을 쌓아 올립니다. 완성까지 여러 달이 걸리는 것은 단계가 어려워서만이 아니라 이 반복이 길기 때문입니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빛으로 무늬를 그리는 단계입니다. 그리려는 선이 가늘어질수록 더 짧은 파장의 빛과 더 정밀한 장비가 필요하고, 어느 지점부터는 한 번에 못 그려서 여러 번 나눠 그립니다. 나눠 그리면 그만큼 단계가 늘고 값이 오릅니다.
이 구간이 길다는 사실 자체가 업황에 영향을 줍니다. 웨이퍼를 넣고 몇 달 뒤에 물건이 나오므로, 지금 나오는 물량은 몇 달 전의 판단입니다. 그 시차가 만드는 결과는 재고는 왜 그렇게 중요한가에 적어 두었습니다.
3. 뒷공정 — 자르고, 붙이고, 검사한다
앞공정이 끝난 웨이퍼는 아직 한 장입니다. 여기서 각 다이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먼저 검사한 뒤 잘라 냅니다. 못 쓸 것을 먼저 골라내야 다음 단계에 헛돈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잘라 낸 다이는 바깥과 전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포장합니다. 이 포장을 패키지라 하고, 다리를 붙이고 몸체로 감싸는 이 단계까지 마쳐야 기판에 붙일 수 있는 부품이 됩니다. 여러 장을 쌓아 하나로 묶는 HBM처럼, 이 뒷공정 자체가 제품의 성격을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수율 — 이 업종에서 원가를 정하는 숫자
웨이퍼 한 장에서 쓸 수 있게 나온 비율을 수율이라 합니다. 이것이 메모리 원가의 거의 전부를 설명합니다. 앞에서 봤듯 웨이퍼 한 장에 드는 값은 결과와 상관없이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숫자입니다. 한 장에 100개의 자리가 있고 처리 비용이 100이라고 해 봅시다. 80개가 살아 나오면 개당 원가는 1.25입니다. 같은 라인에서 40개만 나오면 개당 2.5 — 두 배입니다. 파는 값은 시장이 정하므로 회사가 손댈 수 없고(메모리 값은 왜 크게 오르내리는가), 남는 것은 이 숫자를 올리는 일뿐입니다.
그래서 새 공장이나 새 세대를 시작할 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수율이 낮게 시작해 시간이 지나며 올라갑니다. 같은 제품을 같은 값에 팔아도 먼저 시작해 수율을 끌어올려 둔 회사가 더 남깁니다. 이 업종에서 기술 격차가 곧 원가 격차로 이야기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5. “몇 나노”가 D램에서 다른 말인 이유
반도체 세대를 말할 때 흔히 나노 숫자를 씁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무엇의 길이인지는 예전만큼 분명하지 않습니다. 회로의 모양이 평면에서 입체로 바뀌면서, 하나의 길이로 세대를 대표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D램에서 이 사정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축전기를 작게 만들수록 담기는 전하가 줄어 읽기가 어려워지므로(D램과 낸드는 무엇이 다른가) 무작정 줄일 수 없고, 그래서 D램의 세대는 숫자 대신 알파벳을 붙여 부르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낸드는 아예 방향이 달라서 몇 단을 쌓았는가로 세대를 말합니다.
정리하면, 메모리에서 나노 숫자는 회사끼리 곧바로 견줄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같은 숫자를 붙였어도 실제 밀도와 원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6. 그리고 아직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패키지까지 끝난 칩도 그대로 최종 사용자에게 가지는 않습니다. D램은 여러 개를 기판에 붙여 모듈로 만들어야 꽂을 수 있고(같은 D램인데 이름이 여러 개인 이유), 낸드는 컨트롤러를 붙여야 저장장치가 됩니다(낸드 칩은 그대로 팔리지 않는다).
그 마지막 구간을 누가 맡느냐가 회사를 가릅니다 — 칩부터 완제품까지 다 하는 회사도 있고, 칩을 사서 완제품만 만드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 나눔은 메모리 반도체는 누가 만드는가에 있고, 이 사이트가 그 회사들의 값을 어떻게 만들어 보여 주는지는 산출 방법에 있습니다.